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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Allianz Life
Korea, 2월 24일, 2017

 

| 테마 여행서가 권하는 여행법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있는 정통 가이드북뿐만이 아니라 테마 여행서가 얼마나 다양하고 많이 나와있는지를 보면 최근 여행 트렌드가 보인다. 최근에는 ‘미식 여행’이나 ‘해외에서 살아보기’와 같은 주제가 대세다. 요즘 나온 테마 여행서는 대부분 디자인이 감각적이라 실용성과 무관하게 한 권 쯤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서점 세 곳(교보문고·알라딘·예스24)의 추천을 받아 최근 5년 이내에 나온 주목할 만한 테마 여행서를 추렸다.
이 책들이 추천하는 2017년식 여행법도 정리했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의 주인공이자 저자의 어머니인 한동익씨가 알바니아 여행 중 현지인과 손잡고 걷고 있다.

 

미쉐린 가이드도 모르는 맛집을 찾아

2017년 한국인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음식이다. 2016년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서울』이 처음 발간되면서 이런 현상이 더 가속화했다. 맛을 찾아 여행을 갈지 말지 기준을 정해주는 책이니 그럴 만하다.

『미쉐린 가이드』가 파인 다이닝 열풍을 일으켰다면 최근 서점가에는 미쉐린 가이드는 절대 모를 법한 숨은 맛집을 콕콕 찝어주는 미식 가이드 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행작가 노중훈의 『식당 골라주는 남자』(지식너머)가 그런 책이다. 전국 맛집 104 곳을 소개했는데 대부분 노포들이다. 노씨는 이런 집을 일컬어 ‘풀뿌리식당’이라 한다. 서울 을지로에서 불혹에 가까운 세월을 버틴 호프집 OB베어, 선어회의 명가 전남 여수 41번 포차 같은 곳이다. 노씨는 “책에 나온 작고 허름한 식당 대부분은 맛도 있지만 그 지역의 역사와 이야기를 품은 곳이라 일부러 찾아가볼 만하다”며 “식당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숨은 지역명소를 알아내기도 하니 맛집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방 출판사가 그 지역 전문가와 함께 만든 여행 서적도 빼놓을 수 없다. 산지니출판사는 2011년 부산과 경남 지역 맛집을 다룬 『부산을 맛보다』를 낸 뒤 2016년 11월엔 부산 맛집 231곳을 다룬 『부산을 맛보다 두번째 이야기』를 다시 펴냈다. 산지니출판사 권문경 디자인팀장은 “부산 토박이인 부산일보 기자들이 큐레이션을 했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흔한 정보와는 깊이와 결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대표음식인 돼지국밥을 다룬 부분이 특히 흥미롭다. 15개 식당 맛을 깐깐히 분석한 뒤 “부산 식당들은 다대기를 국에 넣지 말고 따로 내주면 좋겠다”는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일본에서 오사카(大阪)의 지위는 우리의 부산과 비슷하다. 모든 먹거리가 있는 수도 도쿄(東京)보다 개성 강한 지역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오사카다. 이 도시를 맛깔나게 묘사한 책 『오사카 키친』(알에이치코리아)이 비슷한 책 중에선 가장 잘 팔린다. 오사카·교토(京都)·고베(神?) 지역 맛집 79곳을 소개했는데 책에 나오는 집들이 하나같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맛집과 음식을 감각적으로 그리고 설명했다. 일본 가정식 도시락집 콤비, 80년 전통을 지킨 오므라이스집 메이지켄 편을 읽다보면 절로 군침이 돈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오사카 키친』에 나온 타코야키 맛집.

몇 년 새 한국인 방문이 급증한 대만을 다룬 가이드북도 쏟아진다. 『대만 맛집』(미니멈)은 국내에선 처음 나온 대만 맛집 책이다. 대만 국적의 화교 4세 남편과 잡지 디자이너 출신 아내가 만든 책답게 내용이 알차고 디자인은 화려하다. 저자 페이웬화는 “최근 타이베이(大北) 유명 식당을 가면 한국어 밖에 들리지 않는데 그런 관광객 많은 곳보다 현지인이 많이 찾는 집을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며 “닭고기 덮밥이나 또우장(豆漿) 같은 대만인 소울푸드를 한국인도 먹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대만 맛집』에 소개된 또우장 식당.

 

라이프스타일 선도하는 도시는 계속 간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도쿄를 찾는 사람이 급감한 반면 오사카·후쿠오카(福岡)·오키나와(沖繩) 등은 떴다. 저비용항공사들이 이 도시들로 앞다퉈 들어갔다. 왕복 20만원 수준의 할인 항공권을 산 사람들은 맛난 음식과 온천, 자연 풍광을 즐긴다. 그 사이 도쿄는 여행 순위에서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변치 않은 사실이 있다. 도쿄가 유행 첨단을 달리는 도시라는 점이다. 서울에서 볼 수 없는 미국·유럽의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카페가 도쿄에 수두룩한 것만 봐도 그렇다.

『도쿄 숍』(동아일보사)은 그런 도쿄의 면모를 소개한 책이다. 인테리어 회사 디자인포디움 이시은 대표와 라이프스타일 웹진 ‘미드 센추리 모던 서울’을 운영하는 서동희씨가 함께 썼다. 두 저자는 도쿄에 한 달을 체류하며 라이프스타일 숍부터 패션 숍·박물관·레스토랑·카페 등을 취재한 뒤 87개 숍을 엄선했다. 책에 등장한 숍들은 하나같이 긴자(銀座)나 시부야(澁谷)처럼 관광객이 들끓는 곳에서 빗겨난 곳에 있다. 이를테면 요요기 공원 옆 도미가야(富ヶ谷), 일본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기치조지(吉祥寺) 같은 곳이다. 이시은 대표는 “기치조지에서도 복잡한 상점가가 아닌 지하철 남쪽 출구로 가면 아웃바운드·사무엘왈츠·쓰바메 마켓같은 감각적인 라이프스타일 숍이 몰려 있다”고 귀띔했다.


프랑스 파리도 마찬가지다. 2015년 테러 발생 이후 관광객이 줄었지만 패션과 예술·미식 분야에서 아직도 독보적이다. 500곳 이상의 파리 숍을 소개한『파리 쇼핑의 모든 것』(북웨이)을 보자.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비행기 삯을 뽑고도 남을 만큼 저렴한 명품 매장부터 생필품 파는 약국, 화장품점까지 쇼핑 천국 파리의 매력을 속속들이 소개하고 있다. 저자 권희경씨는 “사실 명품숍보다 부티크숍이나 벼룩시장을 가야 파리지앵의 진짜 일상을 엿볼 수 있다”며 “포르트 드 방브 벼룩시장과 생투앙 벼룩시장을 추천한다”고 했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도쿄의 라이프스타일숍 코호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는 도시를 다룬 책도 있다. 친환경, 여유로운 삶, 공동체성 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포틀랜드 같은 곳 말이다. 『살아보고 싶다면 포틀랜드』(모요사)의 저자 이영래씨는 시댁이 미국 오리건주인 덕분에 느리지만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는 포틀랜드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이씨는 저렴한 맛집 ‘푸드카트’가 몰려 있는 5번가와 앨더 스트리트, 스텀프타운과 하트커피 같은 근사한 독립 카페를 꼭 들러보라고 권한다.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수제맥주 열풍이 불고있는 미국 포틀랜드.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여행

불과 10년 전만 해도 여행서적의 메시지는 한결 같았다. ‘떠나라’였다. 지금은 달라졌다. ‘살아보라’고 외치는 책이 수두룩하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광고 카피까지 등장했다. ‘살아보기식 여행’은 대략 이렇다. 여행 기간은 2주에서 한 달. 여러 여행지를 분주히 쏘다니지 않고, 현지인처럼 그 지역의 삶에 녹아든다. 이런 유행은 제주도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 2~3년 사이 『엄마랑 아이랑 제주에서 한 달』(미디어윌)과 같은 책이 많이 나왔다.

“자연환경을 누리고 싶다면 펜션이나 민박을, 아이가 어리거나 예민하다면 주변에 편의시설이 많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구하는 게 좋다. 성수기에 제주도를 간다면 비싼 렌트카보다 배편으로 자가용을 가져가는 게 낫다. 유명 관광지보다 무료 도서관이나 자연휴양림을 적극 이용하자.” 지금은 제주에 눌러앉아 렌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엄마랑 아이랑 제주에서 한 달』의 저자 이연희씨가 전하는 제주살이 팁이다. 최근 급증하는 렌트하우스의 한 달 임대료는 원룸 100만원, 단독 별채는 200만원 선이다.

해외에서 살아보려면 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여행작가 김남희가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살아보기』(웅진지식하우스)에 쓴 팁은 이렇다.

“한국에서는 우선 2~3일 머물 곳만 예약한 뒤 현지에 가서 직접 보고 정한다. 인터넷 사진과 실물이 다른 경우가 많다. 자칫 지루할 수 있으니 친구를 사귀고 무엇이든 배워보자. 에어로빅과 요가, 쿠킹클래스 등에 참여하면 좋다.” 유난히 추위에 약한 김씨는 겨울마다 따뜻한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으로 피한(避寒) 여행을 떠난다. 김씨가 태국 치앙마이에서 머문 33㎡(10평) 규모의 원룸 숙소는 한 달 임대료가 약 35만원이었다.

배낭여행은 더 이상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는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 할머니 할아버지도 배낭을 메고 세계를 누빈다. 여행작가 태원준이 2012년 환갑을 맞은 어머니와 300일간 아시아와 유럽을 여행한 뒤 쓴 책『엄마, 일단 가고봅시다』(북로그컴퍼니)도 이같은 흐름을 타고 주목받았다. 여행을 하면서 태씨가 갖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편견은 시나브로 벗겨졌다. 연약하고 소극적인 줄로만 알았던 어머니는 베이징(北京) 거리에서 중국인과 함께 춤을 추었고, 에콰도르 바뇨스에서 집라인을 타고 숲을 누볐다. 태씨는 부모님과 여행을 가더라도 며칠은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에 묵어보라고 권한다. “어르신들은 외국어를 못해도 외국인과 어울리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어머니는 호스텔 공용 부엌에서 외국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만드는 시간을 참 좋아하셨어요. 근사한 자연 풍광보다 그런 시간을 더 소중하게 기억하시더라고요. ”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태국 치앙마이 예술인 마을 반캉왓.

 

『댄싱 위드 파파』(성안당)의 저자 이규선·이슬기 부녀는 7년에 걸쳐 200일 이상 해외 배낭여행을 했다. 여행한 나라는 인도·네팔·프랑스 등 6개 국으로 많지 않았다. 대신 한 나라에 50일 이상 체류하며 느긋하게 여행을 즐겼다. 이슬기씨는 아버지가 일정을 주도적으로 짜도록 했고 관련 서적과 여행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함께 보며 여행을 준비했다. 『댄싱 위드 파파』에 나온 부모와의 여행을 위한 팁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하루 정도는 여행책자와 지도를 두고 함께 많이 걷자. 그리고 유명 뮤지컬을 보자. 영어가 서툴면 어떤가. ‘맘마미아’처럼 신나는 공연을 보면 부모님도 어깨를 들썩일 것이다.”

 

 

 

 <중앙일보 : 커버스토리 – 2017. 2. 10 –  최승표 기자 - 사진 : 각 출판사>

 [커버스토리] 현지인 맛집, 벼룩시장 찾기…내맘대로 떠나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곤돌라를 탄

이규선·이슬기 부녀.